‘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인간의 의식주 중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는 주거문제에 ‘쓰레기 사연’이 숨겨져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일반 노동자가 평생을 빚에 허덕이며 겨우 장만한 아파트가 어떤 시멘트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알게 된다면, 주거의 개념을 뛰어넘어서 인간의 생태학적으로 볼 때, 그 심각성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1999년 8월부터 한국 정부는 쓰레기 재활용 방안의 하나로 하수 침전물, 소각재, 폐타이어, 폐유 등을 시멘트 소성로에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기업들은 쓰레기 처리비를 받고 일본에서 폐고무, 폐비닐, 폐유, 석탄재, 철 슬래그, 폐타이어, 등 온갖 유해 쓰레기를 일본으로부터 들여와 시멘트의 재료로 사용했다.
저자가 쓰레기 시멘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유는 일본서 수입한 쓰레기를 원료로 만든 시멘트에 발암물질이 범벅된 세슘 등의 방사능 물질이 다량 섞여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저자는 그 위험성에 대해 “중국산 시멘트보다 발암물질이 50배에서 170배 이상 많다”고 경고한다.
독성이 강한 발암물질에 긴 시간 노출되면 방사능에 노출된 것처럼 서서히 생명을 앗아간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저자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아토피 피부염이 자주 발생하거나 주부들이 폐암에 걸리는 원인을 쓰레기 시멘트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상황이 이렇다면 후쿠시마 현에 쌓아놓은 고농도 방사능으로 오염된 지표면 흙인 ‘방사능 흙’ 꾸러미가 쓰레기 시멘트 재료로 폐기물에 섞여 한국에 넘어오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책은 10여년간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함을 알려온 저자의 목소리다. 유해성분인 발암물질 포함 여부를 알 수 있도록 ‘성분표시 의무화’를 하자는 저자의 주장을 무시할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최병성 지음, 이상북스, 328쪽, 1만6000원
머니투데이